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프랑스 부르고뉴 도시 디종, 본, 클뤼니 탐방

by kokkne 2025. 7. 19.

프랑스 부르고뉴 도시 관련 사진

세계적인 와인 산지 중 하나인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부르고뉴(Bourgogne) 지방은 중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서 깊은 지역입니다. 로마네-콩티(Romanée-Conti)와 같은 전설적인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뿐 아니라, 수도원과 고딕 양식의 건축물, 지역 특유의 요리 문화까지 여행자들에게 깊이 있는 체험을 제공합니다. 그중에서도 디종(Dijon), 본(Beaune), 클뤼니(Cluny)는 부르고뉴의 문화, 역사, 미식, 종교적 가치를 대표하는 핵심 도시로 손꼽힙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도시의 매력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심도 있게 소개해 여행지 선택에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르고뉴 지방의 중심지, 디종(Dijon)

디종은 부르고뉴 지방의 행정 중심지이자 역사적으로 부르고뉴 공국의 수도였습니다. 현재는 디종 겨자(Dijon Mustard)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도시는 단순한 소스의 고장이 아닌, 중세 유산과 근대적 도시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풍요로운 장소입니다. 도시 중심부에는 14세기부터 15세기까지 부르고뉴 공작들이 거주했던 부르고뉴 공작궁(Palais des Ducs de Bourgogne)이 자리하고 있으며, 현재는 디종 시청과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술관에는 중세 프랑스 조각, 부르고뉴 양식의 유물, 르네상스 회화가 폭넓게 전시되어 있어 예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특히 필립 대공과 장 무서 부인의 무덤에 장식된 성자 조각상은 고딕 조각 예술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도시 전역에는 중세 건축 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회갈색과 검붉은색 지붕 타일로 장식된 건물들이 특징적입니다. ‘올빼미 산책로(Parcours de la Chouette)’라 불리는 도보 코스를 따라 걸으면 디종의 주요 유적과 문화 공간을 자연스럽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디종은 미식의 도시로서도 명성이 높습니다. 부르고뉴 와인과 함께하는 지역 요리는 깊고 진한 풍미로 유명하며, ‘뵈프 부르기뇽(Bœuf Bourguignon)’과 ‘코꼬뱅(Coq au Vin)’은 대표적인 향토 음식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치즈, 고기 요리, 디종 겨자를 활용한 레시피가 지역 식당에서 풍부하게 제공됩니다. 도심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시장과 전문 식료품점이 즐비하며, 지역 특산물을 기념품으로 구입하기에도 좋습니다. 디종은 파리에서 TGV 고속열차로 약 1시간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교통 접근성도 뛰어납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여행자, 미식을 즐기는 이들,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디종은 최고의 목적지가 될 것입니다.

와인의 중심지, 본(Beaune)

디종에서 남쪽으로 약 40분 거리에는 부르고뉴 와인의 중심지로 불리는 본(Beaune)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 작은 도시는 인구는 많지 않지만,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장소입니다. 본은 와인을 둘러싼 수백 년의 역사, 깊이 있는 양조 문화, 그리고 미식과 건축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장소로, 하루만 머물기에는 아쉬운 매력이 가득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명소는 오스피스 드 본(Hospices de Beaune)으로, 1443년에 설립된 중세 병원입니다. 고딕 양식과 플랑드르 양식이 조화를 이룬 이 건물은 다채로운 색감의 타일 지붕으로 유명하며, 내부에는 당시 사용되던 병실, 약방, 예배당 등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오스피스는 현재 병원 기능은 하지 않지만 매년 11월에 세계적인 와인 자선 경매가 열리는 장소로 유명하며, 이는 부르고뉴 와인 시장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본 시내는 대부분이 도보로 이동 가능한 규모이며, 도시를 둘러싼 방어 성벽과 타워들도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곳곳에는 와인 셀러(Cave)가 위치해 있으며, 여행자는 이곳에서 지역 와인 시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피노 누아(Pinot Noir)와 샤르도네(Chardonnay) 품종이 중심을 이루며, 각 와인마다 토양과 기후의 미묘한 차이를 반영해 깊이 있는 향을 자랑합니다. 시음을 통해 본 마을과 주변 마을의 테루아(terroir)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체험이 됩니다. 또한 본은 와인 관련 박물관과 교육기관이 밀집해 있어, 와인에 대해 깊이 있는 학습도 가능합니다. 지역 시장에서는 부르고뉴산 치즈, 소시송, 꿀, 겨자 등도 함께 만나볼 수 있어, 와인뿐 아니라 식문화 전체를 체험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조용하고 전통적인 분위기에서 와인 여행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본은 반드시 들러야 할 곳입니다.

종교 문화의 중심지, 클뤼니(Cluny)

클뤼니는 부르고뉴 남서쪽에 자리한 작은 도시로, 인구는 많지 않지만 역사적, 종교적으로는 유럽 중세사의 중요한 중심지였습니다. 클뤼니 수도원(Abbaye de Cluny)은 10세기 설립 이후 중세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수도원 중 하나로 성장했으며,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전까지 유럽 가톨릭 세계에 큰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현재는 수도원의 대부분이 파괴되었지만, 남아 있는 건물들과 유적만으로도 당시의 위용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클뤼니 수도원은 로마네스크 건축의 정점으로 불리며, 그 구조와 규모는 당시의 유럽 교회 건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본당의 높이와 길이는 노트르담 대성당보다도 컸다고 전해지며, 중세 시기의 건축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유적지 내부에는 수도사들의 기도실, 도서관, 정원, 기둥 회랑 등이 복원 및 보존되어 있으며, 입장객은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자세한 해설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습니다. 도시 자체는 매우 아담하지만, 수도원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유산이 곳곳에 분포해 있어 도보로 천천히 둘러보기에 적합합니다. 클뤼니는 예술과 음악의 도시로도 유명하여 매년 여름에는 클뤼니 음악 페스티벌(Festival de Cluny)이 개최되며, 수도원 내부에서 클래식과 합창 공연이 펼쳐집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도시 전역에 여운처럼 퍼져 있으며, 고요한 중세 분위기 속에서 깊은 정서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클뤼니에는 소규모 갤러리, 예술가의 작업실, 수공예품 가게 등이 산재해 있어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들에게도 인상 깊은 도시입니다. 또한 클뤼니 인근에는 부르고뉴 와인 산지가 이어져 있어, 와인 여행과 연계한 일정으로 구성하면 더욱 풍부한 체험이 가능합니다. 깊이 있는 역사 탐방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클뤼니는 부르고뉴에서 꼭 들러야 할 도시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