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를 넘어 수백 년의 역사와 영성을 품은 유럽의 대표적인 걷기 여행길입니다. 스페인 북부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루트를 따라 걷다 보면, 순례의 본질뿐 아니라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2025년에는 웰빙, 치유, 미니멀리즘 여행 트렌드와 맞물려 산티아고 순례길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유래, 주요 코스, 2025년에 주목받는 이유까지 세 가지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유래와 역사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있는 성 야고보(James)의 무덤으로 향하는 순례로서, 9세기부터 시작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초기에는 중세 가톨릭 신자들이 자신의 죄를 씻고 구원을 얻기 위해 걷던 종교적 순례의 길이었으며, 로마의 길, 예루살렘 순례와 함께 중세 3대 성지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성 야고보는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으로, 그의 유해가 스페인 북부에서 발견되며 이 길이 형성되었습니다. 12세기에는 하루에 수천 명의 순례자가 이 길을 걸었고, 이로 인해 다양한 문화, 언어, 건축 양식이 혼합된 유럽의 문화 융합 지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 산업화와 전쟁으로 인해 순례자는 급감했고, 잊혀진 길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세기 말, 순례와 영적 여정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트레킹과 걷기 문화와 결합되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다시 끌기 시작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신앙과 관계없이 걷기 자체의 의미를 찾는 현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순례 코스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일 루트가 아닌 수십 개의 루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코스는 ‘프랑스길(Camino Francés)’입니다. 이 루트는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St. 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를 따라 약 800km를 걷는 여정으로, 전체 순례자의 70% 이상이 선택하는 가장 인기 있는 코스입니다. 프랑스길은 숙소, 음식점, 이정표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 처음 도전하는 이들에게도 적합한 길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코스가 있습니다. 포르투갈길(Camino Portugués)은 리스본 또는 포르투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향하는 루트로, 해안 도시들을 따라 걷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코스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며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포르투갈 특유의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인기 코스로는 북쪽길(Camino del Norte)이 있으며, 이는 스페인 북부의 바스크, 칸타브리아, 아스투리아스 지방을 따라 대서양을 끼고 걷는 루트입니다. 경치가 수려하지만 경사가 심하고 인프라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각 루트는 거리, 소요 시간, 풍경, 숙박시설 등에서 차이를 보이며,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과 여정 목표에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최근에는 이 코스들을 조합하거나 변형한 개인 맞춤형 루트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다시 주목받는 이유
현재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삶을 재정비하는 시간’으로 여겨지며, 다양한 이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첫째,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이후 ‘느린 여행’, ‘치유 여행’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조용히 자연 속을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이상적인 여행 형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관광지를 빠르게 둘러보는 대신, 매일 20~30km씩 걷는 일상은 현대인에게 새로운 리듬을 제공합니다.
둘째, SNS를 통한 공유 문화가 순례길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는 순례길에서의 하루하루를 담은 브이로그나 팁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공감이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걷기 여행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이처럼 낮아지고 있습니다. 셋째, 유럽 국가들의 정책적 지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을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는 순례자 전용 패스, 저가 숙소 확대, 안내 표지 정비 등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어, 초보 여행자도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또한 혼자 떠나는 여행자들을 위한 안전 가이드, 현지 순례자센터 운영 등이 체계화되어 있어, 중장년층이나 여성 1인 여행객의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결론
산티아고 순례길은 오랜 역사 속에서 종교적 의미뿐 아니라 문화적, 개인적 치유의 장소로 진화해왔습니다. 2025년 현재, 걷기라는 가장 원초적인 여행 형태로 돌아가는 움직임 속에서 이 길은 더없이 소중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삶의 방향을 찾고 싶거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지금도 조용히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당신만의 여정을 시작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