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는 일본 규슈의 서쪽 끝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일본 근대화와 개항의 상징이자 비극적인 원자폭탄의 역사까지 품고 있는 특별한 도시입니다. 오랜 세월 외국과의 교류 창구로 발전해 온 덕분에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나가사키를 여행한다면 꼭 들러야 할 필수코스인 평화공원과 데지마, 군함도를 역사적 배경과 함께 깊이 있게 소개합니다.
나가사키 평화공원의 역사적 의미
나가사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은 바로 원폭 투하의 비극적 역사입니다. 1945년 8월 9일 오전, 히로시마에 이어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자폭탄이 투하되면서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했고 수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참혹한 흔적과 교훈을 오늘날까지도 전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 바로 나가사키 평화공원입니다. 평화공원은 원폭 중심지였던 우라카미 지역에 자리하고 있으며, 공원 한가운데 세워진 거대한 ‘평화 기원 상’이 상징적입니다. 한 손은 하늘을 가리켜 핵의 위협을 경고하고, 다른 손은 옆으로 뻗어 평화를 향한 소망을 나타냅니다. 이 조각상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에게 나가사키가 전하는 평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합니다. 공원 곳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기증한 평화기념 조형물과 위령비가 있어 걸음을 멈출 때마다 다양한 나라의 평화에 대한 바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평화공원에서 가까운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은 원폭이 투하된 순간부터 재건에 이르기까지의 기록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방문객들이 당시의 참상을 직면하고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교훈을 되새기게 합니다. 자료관 내부에는 원폭 피해를 입은 도시 모형과 남겨진 물품들, 사진 자료, 생존자들의 증언 영상이 촘촘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자료관 입구에는 생존자들의 증언집과 평화 기원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자신의 소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일본 학생들과 해외 관광객 모두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평화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원폭 중심지 표지석 또한 꼭 찾아봐야 할 스팟입니다. 파괴의 중심이었던 지점은 현재 기념비로 조성되어 있어 당시의 역사적 좌표를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나가사키 평화공원과 원폭자료관은 단순한 비극의 흔적을 넘어, 전쟁 없는 세상을 향한 염원이 살아 숨쉬는 공간입니다. 나가사키를 여행한다면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류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현장으로, 모든 방문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데지마에서 만나는 개항의 흔적
나가사키는 일본이 자발적으로 서양에 문호를 열기 전 유일한 국제 무역항으로 기능했던 특별한 도시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데지마(出島)는 에도 시대 일본이 쇄국 정책을 펼치던 시절 유일하게 외국인 상인들에게 문을 열어주었던 인공섬입니다. 원래는 포르투갈 상인을 위해 만들었지만 추방 이후에는 네덜란드 상인들이 주로 머물렀습니다. 지금은 매립으로 섬 형태는 사라졌지만 복원된 건물과 거리를 걸으면 당시의 개항 시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데지마의 거리에는 상인들의 집, 창고, 사무실이 원형에 가깝게 재현되어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작은 역사박물관에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곳곳에는 상인들의 생활사와 무역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라면 흥미로운 체험 학습이 됩니다. 또 데지마 내에 카페와 기념품 숍이 있어 옛 건물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당시 무역항의 낭만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데지마와 함께 방문하면 좋은 곳이 바로 글로버가든(Glover Garden)입니다. 나가사키 항구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글로버가든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목조 저택 중 하나로, 스코틀랜드 출신 상인이자 일본 근대 산업 발전에 기여한 토머스 글로버의 집을 중심으로 여러 유럽풍 건물이 옮겨와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개항기 서양 상인들이 거주하던 집과 정원을 둘러볼 수 있어 마치 19세기 서양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글로버 하우스 발코니에서 내려다보이는 나가사키 항과 시내 전경은 나가사키 야경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아름다운 정원에는 계절별로 다른 꽃들이 피어나 산책하기에도 좋고, 일본 근대화의 시작을 몸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전시 자료가 준비되어 있어 역사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꼭 들러야 할 코스입니다. 글로버가든과 데지마는 모두 나가사키가 일본 근대화의 출발점이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명소들로, 외국과의 교류가 어떻게 일본 사회를 변화시켰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군함도(하시마섬)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필수 관광지는 군함도(하시마섬)입니다. 정식 명칭은 하시마섬이지만 섬 모양이 전함(군함)을 닮았다 해서 군함도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군함도는 일본 근대화 시기 석탄산업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산업 유산의 상징입니다. 19세기 후반부터 미쓰비시 재벌이 석탄 채굴을 시작하면서 작은 암초섬이었던 하시마는 인공적으로 확장되었고, 그 위에 아파트, 학교, 병원 등 하나의 자급자족 도시가 건설되었습니다. 전성기에는 5천 명 이상이 거주하며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장소 중 하나로 꼽혔지만, 에너지 산업이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며 1974년 폐광과 함께 주민 모두가 떠나 무인도가 되었습니다. 이후 섬은 수십 년 동안 폐허로 남아 있었으나 2009년부터 관광객들에게 일부 구역이 개방되며 전 세계 탐험가와 여행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는 나가사키 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통해 군함도를 방문할 수 있으며, 사전에 예약해야 입도할 수 있습니다. 배를 타고 다가가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시멘트 건물 군락이 폐허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상륙 후 가이드 투어를 통해 안전하게 지정된 코스를 돌며 당시 광부들의 주거지, 학교 건물, 공장 시설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 근대화와 산업혁명의 유산으로서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군함도는 폐허가 된 모습 덕분에 다수의 영화와 다큐멘터리 촬영지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폐허 속에 스며든 산업화의 영광과 그림자는 나가사키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여행자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남깁니다. 군함도 여행을 마친 뒤에는 나가사키 항 근처에 자리한 메가네바시(안경다리) 같은 시내 명소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메가네바시는 일본 최초의 석조 아치교로 두 개의 반원이 물에 비치면 마치 안경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조용한 운하 풍경과 함께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습니다. 이처럼 군함도는 나가사키의 산업사와 근대화의 상징이자, 일본의 아픈 역사와도 맞닿아 있어 색다른 감동을 주는 여행지입니다.